21살.
나는 전시디자이너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모두가 그렇듯, 직장생활에 로망이 있었는데 나는 그 로망중에 하나가 커리어우먼이였다.
모든 일을 쓱쓱 컨펌하면서 길에서 전화로 결정하고 모든 일을 잘 해내는 사람말이다.
하지만 나의 로망은 로망일 뿐이였다.
우당탕탕 실수 연발에 그 실수에 대해서도 매번 깨져야만 했다.
깨지면서도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그저 그대로 방치되었는데 이를 불쌍하게 본 다른 팀 팀장님이 나에게 처리방법을 알려주셨다.
나의 팀의 팀장과 사수들은 나에게 업무를 알려주기보다 알아서 터득하길 바랐을 지도 모른다.
본인들의 업무 진행하기도 힘든데 나까지 관리하기가 힘들었을 수 있으니 말이다.(4인팀이였다.)
하지만 나는 팀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더라도 나를 믿지 못해 옆 팀장님에게 나의 일을 도와주지 말라고도 하셨다.
그리고 업체의 실수도 내 실수로 생각해 나를 혼냈었다.(나중에 업체실수인거 알고서도 업체가 실수한것도 내 탓이라 했었다..)
심지어 가스라이팅도 당했었는데 "너는 아무것도 못하는 무지렁이다. "라는 말을 나에게 달고사셨다.
기억나는 일화 중에 전체 연말 회식때였다.
씨푸드 뷔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팀장과 사수가 나에게 랍스터와 새우를 접시에 들고오라고 했었다.
그리고 나에게 본인들이 먹을 랍스타 살을 발라서 나에게 달라고 했던 것이다.
나는 비닐장갑을 끼고 손수 까서 드렸고 거기에 랍스터 껍질이 들어있다고 쿠사리를 먹었드랬다.
나는 그당시 이걸 부당하다 생각도 안하고 "나는 제대로 하는게 없네.."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녔다.
이게 7개월정도 계속되니까 '출근하기 싫다'가 아닌 '살고싶지 않다'로 변하는 걸 느꼈다.
부모님께 힘듦을 토로해도 "회사생활은 다 그래~" 라는 말을 매번 들었다.
그래서 나는( 첫회사를 기준을 잡고) "모든 회사가 다 이렇다면 나는 회사를 다닐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지속되면서 내면에 우울증과 불안이 겹쳐졌다.
밝았던 내가 점점 어두워지는 걸 느낀 지인분이 나에게 별일 없냐는 말을 하셨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엉엉 소리내서 울었다.
지인분은 당황해서 무슨일인지 찬찬히 이야기 해보라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다 들으시더니 나에게 강력하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권유같은 강요를 하셨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은 "어자피 살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으면 퇴사는 죽는거보다 쉬워! 그냥 죽는다 생각하고 퇴사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위로는 받았으나 그만두겠다는 말이 너무 겁이 났다.
지인분은 나에게 말할 수 있는 힘을 주시기 위해 매일 매일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셨다.
그렇게 3개월 간 지인분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 안에서 퇴사를 말할 용기를 키웠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나는 대표님 앞에서 퇴사하겠다고 말했다.
나의 퇴사의 외침은 정식적인 자리가 아닌 디자인 컨펌을 받는 자리에서였다.
디자인 컨펌받으면서 대표님이 요즘 회사생활은 어떠냐, 팀장님이나 사수가 잘해주냐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울어버렸고 대표님이 당황해서 무슨일이냐 하시는데 나는 그자리에서 그냥 퇴사하고싶다고 한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였다.
싫더라도 팀장과 이야기했어야했고 못해도 부장님이랑 이야기했어야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이 처음이다보니 그런생각은 하지못한 채 그 상황에서 너무 탈출하고싶었다,
그 대표의 의례적인 회사생활에 대한 안부에 나는 터져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 뒤로 나는 어자피 먹던 욕을 두 세배로 더 많이 먹게 되었다.
나를 방치했던 팀원 중 한명은 "여기 나가면 회사 구하기 어려울껄요? 요즘 회사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데가 어딧다고 그래요~"라는 말을 했고 팀장은 나에게 전화해서 "너 나 엿먹이니?" 하면서 갈굼을 시작했다.
전화사이로 들려오는 폭언으로 나는 죄송하다는 울음섞인말밖에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누구냐고 소리치셨는데 그 소리를 들은 팀장은 "...옆에 엄마 계셔? 하... 내일 회사와서 이야기하자" 하곤 끊었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시고 회사생활이 다 그렇다라고 말씀하신게 미안하셨는지 그냥 내일 짐챙겨서 오라는 소리를 하셨다.
나는 그것마저도 안된다고 시킨일은 다 하고 나갈거라고 했고 그렇게 나는 그 소동 이후, 3개월을 더 견딘 후 그곳을 그만두게되었다. 그게 입사한지 11개월쯤 된 상태였다.
+ 퇴직금을 받고싶었는데 수습기간이 3개월이여서 그 수습기간 지나고 1년을 버텨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3개월을 더 버티기 싫어서 나갔는데 나가고 알고보니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나는 퇴사를 했음에 후회없었다.
퇴사한 후 나를 많이 도와주신 지인이 여행을 가보라고 권유했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간 경주로 여행을 갔다.
그 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같이 욕도 해주고 잘 그만두었다고 칭찬(?)도 해주었다.
여행을 끝난 후 2주간 나는 집에서 나를 보듬었다.
"나는 회사를 그만뒀어도 죽기 않았고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도 잘 구할 수 있어."
이것이 나의 첫회사 이야기다.
나는 첫회사가 참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덕분에 몇년 간 하나의 기준점이 생겼다.
어느 회사를 가도 '첫회사보다 나으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나는 공조설계회사에 입사하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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